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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없다면 언젠가 다음과 같은 코드와 마주칠지도 모릅니다.

try {
    int i = 0;
    while(true) range[i++].climb();
} catch (ArrayIndexOutOfBoundsException e) {}

무슨 일을 하는 코드인지 모를 정도로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아이템 67)

이 코드는 배열의 원소를 순회하는데, 아주 끔찍한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한루프를 돌다가 배열의 끝에 도달해 ArrayIndexOutOfBoundsException이 발생하면 끝을 내는 것이죠.

이 코드를 다음과 같이 표준적인 관용구대로 작성했다면 모든 자바 프로그래머가 곧바로 이해했을 겁니다.

for (Mountain m : range) 
    m.climb();
🤔
그런데 예외를 써서 루프를 종료한 이유는 도대체 뭘까요?

 

잘못된 추론을 근거로 성능을 높여보려 한 것입니다.

JVM은 배열에 접근할 때마다 경계를 넘지 않는지 검사하는데, 일반적인 반복문도 배열 경계에 도달하면 종료합니다.

따라서 이 검사를 반복문에도 명시하면 같은 일이 중복되므로 하나를 생략한 것입니다.

하지만 세 가지 면에서 잘못된 추론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예외를 예외 상황에 쓸 용도로 설계되었으므로 JVM 구현자 입장에서는 명확한 검사만큼 빠르게 만들어야 할 동기가 약합니다. (최적화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2. 코드를 try-catch 블록 안에 넣으면 JVM이 적용할 수 있는 최적화가 제한됩니다.
  3. 배열을 순회하는 표준 관용구는 걱정한 중복 검사를 수행하지 않습니다. (JVM이 알아서 최적화)

실상은 예외를 사용한 쪽이 표준 관용구보다 훨씬 느립니다.

예외를 사용한 반복문의 해약은 코드를 헷갈리게 하고 성능을 떨어뜨리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복문 안에 버그가 숨어 있다면 흐름 제어에 쓰인 예외가 이 버그를 숨겨 디버깅을 훨씬 어렵게 할 것입니다.

반복문의 몸체에서 호출한 메서드가 내부에서 관련 없는 배열을 사용하다가 ArrayIndexOutOfBoundsException을 일으켰다고 해봅시다.

표준 관용구였다면 이 버그는 예외를 잡지 않고 (스택 추적 정보를 남기고) 해당 스레드를 즉각 종료시킬 것입니다.

반면 예외를 사용한 반복문은 버그 때문에 발생한 엉뚱한 예외를 정상적인 반복문 종료 상황으로 오해하고 넘어갑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간단합니다.

예외는 (그 이름이 말해주듯) 오직 예외 상항에서만 써야 합니다.

절대로 일상적인 제어 흐름용으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더 일반화해 이야기하면 표준적이고 쉽게 이해되는 관용구를 사용하고, 성능 개선을 목적으로 과하게 머리를 쓴 기법은 자제합시다.

실제로 성능이 좋아지더라도 자바 플랫폼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니 최적화로 얻은 상대적인 성능 우위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과하게 영리한 기법에 숨겨진 미묘한 버그의 폐해와 어려워진 유지보수 문제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 원칙은 API 설계에도 적용됩니다.

잘 설계된 API라면 클라이언트가 정상적인 제어 흐름에서 예외를 사용할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특정 상태에서만 호출할 수 있는 '상태 의존적' 메서드를 제공하는 클래스는 '상태 검사' 메서드도 함께 제공해야 합니다.

Iterator 인터페이스의 next와 hasNext가 각각 상태 의존적 메서드와 상태 검사 메서드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별도의 상태 검사 메서드 덕분에 다음과 같은 표준 for 관용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for-each도 내부적으로 hasNext를 사용합니다.)

for (Iterator<Foo> i = collection.iterator(); i.hasNext(); ) { 
    Foo foo = i.next();
    // ...
}

Iterator가 hasNext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일을 클라이언트가 대신해야만 했습니다.

// 컬렉션을 이런 식으로 순회하지 말 것!
try {
    Iterator<Foo> i = collection.iterator();
    while(true) {
        Foo foo = i.next();
        ...
    }
} catch (NoSuchElementException e) {
}

이 코드는 배열을 순회하던 위 코드와 상당히 비슷해 보입니다.

반복문에 예외를 사용하면 장황하고 헷갈리며 속도도 느리고,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 버그를 숨기기도 합니다.

상태 검사 메서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상태일 때 빈 옵셔널(아이템 55) 혹은 null 같은 특수한 값을 반환하는 방법입니다.

상태 검사 메서드, 옵셔널, 특정 값 중 하나를 선택하는 지침을 몇 개 소개하겠습니다.

  1. 외부 동기화 없이 여러 스레드가 동시에 접근할 수 있거나 외부 요인으로 상태가 변할 수 있다면 옵셔널이나 특정 값을 사용합니다. 상태 검사 메서드와 상태 의존적 메서드 호출 사이에 객체의 상태가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성능이 중요한 상황에서 상태 검사 메서드가 상태 의존적 메서드의 작업 일부를 중복 수행한다면 옵셔널이나 특정 값을 선택합니다.
  3. 다른 모든 경우엔 상태 검사 메서드 방식이 조금 더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독성이 살짝 더 좋고, 잘못 사용했을 때 발견하기가 쉽습니다. 상태 검사 메서드 호출을 깜빡 잊었다면 상태 의존적 메서드가 예외를 던져 버그를 확실히 드러낼 것입니다. 반면 특정 값은 검사하지 않고 지나쳐도 발견하기가 어렵습니다. (옵셔널에는 해당하지 않는 문제입니다.)

정리

  • 예외는 예외 상황에서 쓸 의도로 설계되었다.
  • 정상적인 제어 흐름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며, 이를 프로그래머에게 강요하는 API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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